[아르떼 칼럼] 브로드웨이에 있지만 한국에 없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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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마케팅 중심인 K뮤지컬
美선 평론이 작품의 흥망 좌우
김소정 뮤지컬 평론
美선 평론이 작품의 흥망 좌우
김소정 뮤지컬 평론
![[아르떼 칼럼] 브로드웨이에 있지만 한국에 없는 것](http://img.toplightsale.com/photo/202503/01.39971390.1.jpg)
매체에서도 리뷰, 칼럼, 평론을 명확히 구분하지 않는다. 평론 글임에도 ‘리뷰’라는 이름으로 발행되는 사례가 많다. 그러나 분명 평론은 리뷰나 칼럼과 다르다. 평론은 단순히 작품 설명이나 감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작품이 예술 세계에서 어떤 위치에 자리하며, 동시대적 맥락에서 어떤 사회적 의미를 갖는지까지 논하는 글이다. 정보 전달이나 특정 관점 전달의 색채가 짙은 칼럼과 한 작품의 내면적인 내용만 다루는 리뷰와 분명 다르다.
뮤지컬 평론이 활성화되지 못한 것은 제작사와 관객 모두 그 필요성을 절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뮤지컬은 상업적 성격이 강하고, 제작사는 수익과 흥행 요소에 집중한다. 비평은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한국 뮤지컬은 창작과 제작 중심으로 성장했고 스타 배우를 내세운 마케팅이 중심이었다.
한국 뮤지컬은 스타 마케팅을 중심으로 급격하게 성장했다. 제작사와 관객은 작품 그 자체보다 배우 캐스팅에 집중했다. 작품의 흥행 성공 여부와 직결돼서다. 이런 구조에서는 작품 자체 논의보다 배우에 대한 관심이 앞선다. 이러니 평론은 비켜나기 쉽다.
뮤지컬은 대중 친화적 장르로 별도의 해석 없이 즐길 수 있다. 오페라와 클래식처럼 작품의 사전 이해가 필요하지 않기에 관객은 굳이 평론을 찾아보지 않는다. 관람 후 SNS에 짧은 후기를 남기며 감상을 공유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
하지만 대중성과 상업성이 강한 예술이라고 해서 평론이 불필요한 것은 아니다. 영화와 대중음악에도 평론은 존재하며 이들은 사회적 논점을 형성하기도 한다. 미국 브로드웨이에서는 평론이 작품의 흥망을 좌우한다. 초연 후 다음 날 여러 매체에 실린 평론은 작품의 생존 여부를 결정짓는다. 브로드웨이 극장은 단순한 엔터테인먼트 공간이 아니다. 젠더·인종·사회적 규범을 다루는 담론의 장이자 시민과의 소통 공간이다. 이 과정에서 평론은 담론을 형성하고, 사회 변화를 촉진하는 역할을 해 왔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뮤지컬 평론은 불가능한가. 그렇지 않다. 한국 뮤지컬 관객은 후기 작성과 공유에 적극적이다. 후기 중심의 문화 속에서 평론은 어떤 기능을 할 수 있을까. 뮤지컬 평론은 장르의 복합성에 주목해야 한다.
뮤지컬은 연극과 다르다. 대사, 노래, 안무가 어우러진 종합예술로, 각 요소의 유기적 관계를 분석해야 한다. 라이트모티프, 리프라이즈 등 음악적 장치와 안무가 극의 흐름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살펴야 한다. 이를 위해 뮤지컬 어법 이해는 필수다. 특정 작품이 시장 내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사회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짚어야 한다. 뮤지컬 평론가는 희곡뿐 아니라 음악·무용·무대 전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며, 이를 토대로 작품을 입체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평론가는 관객 위에 서려는 존재가 아니다. 창작자, 제작자, 관객과 함께 담론을 형성하고, 공연계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주체다. 주목받지 못한 뮤지컬 평론이 사회적 공론의 장을 이끄는 힘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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