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관세 부과 발표 뒤 급감
'소액 소포 면세' 폐지 앞두고
中 쉬인, 제품값 377% 올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산 수입품에 145% 고율 관세를 부과한 이후 중국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컨테이너 예약 건수가 급감했다. 이에 따른 미국 내 공급망 불안과 수입 제품 가격 상승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28일 컨테이너 추적 서비스 비전에 따르면 이달 14~20일 중국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표준 20피트 컨테이너 예약 건수는 8만1239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약 45% 감소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전 주(1월 13~19일, 12만7216건)와 비교해도 4만 건 이상 줄어든 수치다.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를 대상으로 봐도 같은 기간 예약 건수는 전년 대비 22.37% 감소했다. 중국산 제품 수입의 주요 관문인 로스앤젤레스(LA)항은 다음주 입항 예정 건수가 1년 전보다 3분의 1가량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물류업체 플렉포스트의 애덤 밀러 최고경영자(CEO)는 “대형 고객 중 일부는 주문을 취소하거나 중국발 주문을 중단했다”며 “관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공급망 재구성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만약 미·중 간 관세 인하 합의가 이뤄지면 예약이 갑자기 몰려 해운 운임이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미·중 관세 전쟁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곳은 애플, 테슬라 등 중국에 생산 거점을 둔 글로벌 기업이다. 이들은 미국에서 원자재와 부품을 들여와 중국에서 조립한 뒤 다시 미국으로 수출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어 동일 제품에 대해 중국과 미국 양쪽에서 이중 관세를 부담해야 한다. 중국에서 부품을 수입할 때 125%, 미국으로 완제품을 수출할 때 145% 관세를 내야 한다. 이들 기업은 미국행 수출을 줄이며 관세 협상 결과를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고율 관세가 미국 경제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실제 미국 내 수입 제품 가격이 오르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저가 상품으로 미국 시장을 공략해온 중국 대형 온라인 유통업체 쉬인은 지난 25일부터 주요 제품 가격을 대폭 인상했다. 미용·건강용품 상위 100개 제품의 평균 가격은 전날 대비 51% 올랐다. 키친타월 10개 세트 가격은 1.28달러에서 6.1달러로 하루 만에 무려 377% 급등했다. ‘소액 면세 제도’ 폐지를 앞두고 가격이 조정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세관은 그동안 800달러 미만 상품에 관세와 통관 수수료를 면제해왔지만 다음달 2일부터는 우편물당 수수료 100달러를 부과한다. 6월 1일 이후 추가 인상도 예정돼 있다.
관세 부과에 따른 부작용이 커지자 미국 주정부도 잇달아 소송전에 나섰다. 뉴욕 등 12개 주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권한 없이 관세를 부과했다”며 연방국제통상법원에 제기했다. 지지자들마저 등을 돌리고 있다. 공화당의 대표 ‘큰손’인 석유 재벌 찰스 코크가 지원하는 비영리단체도 최근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관세 정책 관련 소송을 주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