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1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했다. 이북에서 내려온 외가의 전통을 따라 어린 시절부터 성당에 열심히 다녔지만 '냉담자'가 된 지 이십 년이 다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선종 소식에 마음이 아팠으니, 아무래도 종교 부흥에 반비례해 성직자다운 성직자를 보기 어려운 현실 때문에 그런 것 같다. 비단 신자가 아니더라도 그의 포용적인 자세와 검소함은 늘 화제였다.

그의 선종을 맞아 기독교와 관련된 작품과 그에 담긴 음식을 소개하고 싶어졌다. 선택이 어려울 정도로 무수히 많은 후보들이 있겠으나 돌직구처럼 대표 작가의 대표 작품을 골랐다. 바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1490년대)이다. 다루는 상황은 물론 작품 자체의 중요성도 엄청나므로 어디에서부터 이야기를 꺼내야 할지 다소 막막한 감도 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최후의 만찬>(1495~1498), 프레스코 벽화, 880 x 460cm
레오나르도 다 빈치 <최후의 만찬>(1495~1498), 프레스코 벽화, 880 x 460cm
맥락 혹은 배경부터 살펴보자. 예수 그리스도는 십자가형에 처해지기 전날 열두 제자와 식사를 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가룟 사람 유다가 자신을 배신해 팔아넘길 것이며, 또한 베드로가 새벽닭이 울기 전 자신을 세 번 모른다고 부정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최후의 만찬>이 이런 상황을 가장 잘 그려냈지만 예수 사후 1500년이라는 시차를 감안하면 작품의 음식이 전부 역사적으로 정확하다 보기는 어렵다.

일단 중요한 사실을 하나 짚고 넘어가자. 성서에는 '최후의 만찬’이라는 직접적인 표현이 나오지 않는다. 성경 구절의 표현을 빌자면 '제자들과 과월절 음식을 나누는 자리’라고만 묘사되어 있다. 그런 가운데 정확한 시기와 일자는 물리학이 밝혀냈다. 아이작 뉴턴과 콜린 험프리스의 천문학 자료를 바탕으로 삼고 최후의 만찬이 수요일 저녁에 이루어졌다는 성경의 근거까지 감안하면 서기 33년 4월 1일이다.

한편 식사 여건 또한 그림처럼 식탁에 앉아 먹는 입식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높다. 당시에는 로마 관습을 따라 벽에 쿠션을 대고 바닥에 앉는 좌식 문화가 대세였으니 예수와 제자들도 그렇게 식사를 했을 것이다. 또한 예루살렘과 갈릴리에서 발견된 유물로 미뤄볼 때 접시나 공기, 술 단지 등은 석기였을 것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메뉴를 들여다보자. 워낙 유명한 탓에 모든 세부 사항을 정설로 받아들이기 쉽지만 다 빈치의 작품에도 역사적으로 부정확한 구석이 있을 수 있다. 그런 가운데 아무도 절대 부정할 수 없는 붙박이 메뉴가 있으니 바로 빵과 와인이다. 예수가 빵을 자신의 몸에, 와인을 피에 비유하며 제자들에게 나눠주었으니 오늘날 기독교 성찬식의 기원이 되었다.
사진.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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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와인 포털 사이트 '비비노'는 인류학자와 와인학자의 도움을 받아 최후의 만찬 와인을 특정하려 시도했다. 문서의 기록이 1000년 이상을 거슬러 올라가지 못하므로 포도의 품종을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어렵다. 실마리가 하나 있다면 중동 지역에서 당시 항아리에 포도를 말려 와인을 빚었다는 기록이 있다. 따라서 이탈리아 북부 발폴리첼라 지역의 와인 아마로네와 흡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편 와인의 짝인 빵 또한 다 빈치의 그림에 등장하는 무교병이 맞다. 누룩으로 부풀리지 않은 무교병은 '맛초(matzo)'라 불리는데, 유대인들이 이집트를 탈출할 당시 시간이 없어 발효를 안 시킨 빵을 들고나와 광야에서 일주일 동안 먹었다는 데서 유래해 과월절의 전통으로 자리를 잡았다. 여전히 유대인의 전통 음식인 맛초는 발효를 안 시킨 특성상 빵보다 크래커에 더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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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많은 기록에서 최후의 만찬에 먹었을 거라 기록이 남아 있는 양고기는 메뉴가 아니었다. 2007년 당시 교황 베네딕토 16세도 공포한 사실이다. 최후의 만찬이 예수 그리스도의 시대에 과월절의 전통이었던 어린 양의 속죄와 희생 제사 전에 열렸기 때문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예수가 희생양을 대신했다는 서사를 강화해준다.

마지막으로 복원과 더불어 새롭게 드러났지만 사실관계가 애매한 음식도 있다. <최후의 만찬>의 가장 최근 복원은 21년에 걸쳐 1999년에 마무리되었다. 덕분에 새로운 요리가 드러났는데 오렌지와 함께 접시에 담긴 장어였다. 장어도 오렌지도 예수의 시대에 흔하지 않았을 것 같은데, 다 빈치의 시대였던 15세기 이탈리아에서 대표적으로 짝지어 먹었던 식재료로 그의 장보기 목록에도 기록이 남아 있다.

이용재 음식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