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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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차전지·양자기술·AI로봇 등 첨단기술 테마를 악용해 코스닥 상장사 3곳의 주가를 연쇄 조작한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수천억대 펀드 사기로 알려진 ‘라임자산운용 사건’ 주범 이인광 전 에스모 회장의 도피자금 조달 정황을 추적하다 범행 단서를 포착했고 수사를 확대해 경찰·저축은행장 출신 브로커까지 연루된 주가조작 일망타진했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안창주)는 15일 2차전지와 양자기술·AI로봇 등 첨단 기술 테마를 이용해 코스닥 상장사 3곳의 주가를 연쇄적으로 조작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 등)로 주식 브로커와 전직 경찰관 등 총 13명을 재판에 넘기고 이 중 8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3차례 주가조작...거래정지 되자 '억대' 로비 시도

검찰에 따르면 '라임사태' 주범 이인광 전 에스모 회장은 프랑스에서 해외 도피 중 도피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2022년 11월부터 2차전지 기술을 내세워 코스닥 상장사 A사의 주가를 조작한 정황이 파악됐다. 당시 주당 490원이던 A사 주가는 이들 일당의 시세조종으로 2023년 4월 최대 5850원까지 급등했고 이 과정에서 약 140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프랑스에서 이 전 회장을 검거해 현재 국내 송환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후 추가 범행에 나선 주가조작 일당은 2023년 5월부터 양자기술 테마를 내세워 B사의 주가도 조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1000억원대 투자가 확정된 것처럼 허위 투자확약서를 공시하고 유력 주가조작 세력 D씨를 주축으로 한 수급세력을 포섭해 시세조종 주문을 반복했다. 당시 826원이던 B사의 주가는 두 달 만에 최대 4840원까지 급등했고 이 과정에서 약 61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검찰은 일당이 같은 해 12월 B사 주식이 한국거래소로부터 거래정지 처분을 받자 경찰 출신 브로커 I씨에게 수사 정보 제공과 수사 무마 명목으로 8000만원을 건넨 정황도 밝혀냈다. 추가적으로 저축은행장 출신 브로커 J씨와 공모해 거래소 관계자를 상대로 거래정지 해제 로비 명목으로 3000만원을 전달하고 거래 재개에 성공하면 추가로 10억원을 지급하기로 약속한 사실도 검찰 수사에서 밝혀졌다. B사 주직은 작년 상장폐지됐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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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당의 주가조작은 새로운 형태로 반복됐다. 거래정지로 손실을 본 주가조작 일당은 2024년 7월 손실 만회를 위해 코스닥 상장사 C사를 인수한 뒤 AI로봇 사업 추진을 빌미로 허위 풍문을 유포하고 수급세력까지 동원해 주가를 띄우는 방식의 조작을 직접 설계하고 실행했다.

특히 이번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된 D씨는 C사 인수 절차를 주도하며 확보한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주식을 차명으로 대거 매수했고 주가가 급등하자 이를 처분해 약 1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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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탕주의 뿌리뽑겠다"...檢, 30억 추징보전

검찰은 이 같은 일련의 범행이 시세조종과 사기적 부정거래, 미공개정보 이용 등 자본시장법상 중대 범죄를 모두 포함하고 있어 자본시장 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들이 수사에 대비해 휴대폰을 교체하고 말맞추기를 시도하는 등 조직적인 증거인멸을 시도한 정황도 확인됐다. 검찰은 압수수색 등을 통해 범행 전모를 밝혀내고, 약 30억원 상당의 부동산과 고급 차량에 대해 추징보전 조치를 취했다.

검찰 관계자는 “개미 피해 위에 세워진 한탕주의를 뿌리 뽑아, 투명하고 공정한 자본시장을 반드시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

정희원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