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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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총액 6위' 가 '5위' 뒤를 바짝 쫓고 있다. 관세 전쟁의 피해가 우려되는 현대차 주가는 하락하고, 상대적으로 영향이 적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상승해 두 회사의 시총 차이가 약 1조원으로 좁혀졌다. 외국인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사고, 현대차는 팔고 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종가 기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시가총액은 37조8324억원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여섯번째로 크다. 시총 5위인 현대차(38조8676억원)와 격차는 1조352억원 수준이다. 지난 18일 장중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86만2000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잠시 5위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시총은 14조8822억원으로 코스피 시총 순위는 27위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주가가 154.21% 급등해 몸집을 불렸다. 같은 기간 현대차는 12.45% 하락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 외국인 순매수 1위에 올라 있다. 순매수액은 7895억원으로 2위 네이버(4660억원)를 크게 앞질렀다. 반면 외국인은 현대차를 1조5037억원어치 순매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이 두 회사의 운명을 갈랐다. 현대차는 직격탄을 맞았다. 이달부터 트럼프 행정부는 수입 자동차에 25% 품목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KB증권은 관세 영향으로 현대차의 연간 영업이익이 3조4000억원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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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관세 부과는 현대차 주가 하락 요인이다. 자동차 부품도 관세 대상이기 때문에 미국 지역에서 공급망 교란이 심각하게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1분기 영업이익도 인센티브 증가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7% 감소하며 시장 예상치를 밑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차에 목표주가도 26만원으로 낮췄다.

다만 관세율이 낮아지거나 현대차가 공급망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면 주가가 반등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강 연구원은 "코로나19, 반도체 물량 부족 사태 당시 현대차는 경쟁사보다 빠르게 생산을 정상화하며 점유율을 높이고, 대당 공헌이익을 확대했다. 관세 부과가 현대차의 공급망 관리 능력을 돋보이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관세 전쟁과 멀찍이 떨어져 있다. 매출에서 미국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기 때문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 집권 후 유럽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자체 무장을 위해 앞다퉈 방위비를 늘리고 있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시장이 커지고 있다. 수출이 늘어나며 수익성을 높게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증권가 눈높이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방산 업종 내 최선호주로 꼽았다. 중동·아시아·유럽 지역에서 수출 파이프라인을 확보했다는 이유에서다. K9 자주포, 천무 다연장로켓 등 지상 방산 부문의 호실적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목표주가는 130만원을 제시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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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남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9, 천무, 레드백 장갑차 등 다양한 품목의 수출 경로를 확보하고 있다. 수익성과 수주잔고 확장 가능성을 모두 고려했을 때,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유럽 업체보다 저평가받을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에 대해서도 한국투자증권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투자금으로 글로벌 생산 거점을 확보하면 수출 경쟁력이 강해지고, 펀더멘털(기초체력)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에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미래 영업현금흐름과 차입금을 더해 동유럽 천무 유도탄 및 사우디아라비아 국가방위부 합작법인 투자, 유럽 유도탄·탄약·지상정비 거점 구축에 6조3000억원을 투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당초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3조6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했다. 국내 자본시장 역사상 최대 규모다. 이후 유상증자가 승계 수단으로 활용됐다는 의혹 등으로 투자자들이 크게 반발했고, 금융당국도 유증 계획의 정정을 요구했다. 이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유증 규모를 2조3000억원으로 줄였다. 나머지 1조3000억원은 한화에너지 등 계열사에 배정해 자금을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은 사용처에 대한 소명이 불분명하다며 증권신고서 정정을 재차 요구한 상황이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email protected]